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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대한 건 그다지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떠올릴 필요도 안 느낀다.
지금 내 이름은, 바이트라고 한다. 모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발음에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
지금의 난 마물이다.
"바이트님, 잠입 완료했습니다."
"알았다. 선발대로부터 신호가 오면, 내 지시를 기다리지 말고 돌격해라."
"예!"
인랑. 인간에서 늑대인간으로 변신하는 마물이다.
변신 전의 난 전생과 똑같이 팍 튀지 않는 생김새지만, 변신 후엔 검은 늑대인간이다.
인간은 무서워하지만 난 제법 멋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전생한 종족으로써는 "당첨"이 아닐까.
현재 나는 마왕의 군대에 소속하고 있다. 마왕군 제3사단, 부사단장. 그게 지금 내 지위다.
거창하게 보이겠지만, 각 군단은 소규모인 데다 부사단장 여러 명 있다.
내가 이번에 지휘하는 건 인랑대의 56명과 사단장에게서 빌린 견인족 공병이 200명 정도다.
그리고 공격 목표는 변경에 있는 교역도시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인구 3천 명 정도의 도시다.
이름은 륜하이트라고 한다.
난 숲 속에서 언덕 아래에 있는 도시를 내려다봤다. 곁에서 대기하고 있는 견인족 연락병들이 새로운 정보를 보고한다.
"주둔하고 있는 적은, 약 200명. 치안유지를 위해 흩어졌습니다."
"틀림없겠지?"
그러자 비글처럼 생긴 소년병이, 곤란해 하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잠입 중인 인랑대로부터 받은 보고이기에, 저희는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그렇군."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섬멸'이 아닌, '점령'이다.
난 걸으면서 연락병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모든 견인대에게 진군을 개시한다고 전해라. 예정대로다."
"예!"
연락병들이 각자의 부대로 돌아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난 도시를 향해 걸어나간다.
도시를 둘러싸는 성벽의 문에서 위병들이 통행인을 감시하고 있다. 나를 보기도 했지만, 지금의 난 어딜 봐도 평범한 인간, 변변찮아 보이는 흑발의 청년이다.
헬멧에 흉갑뿐인 간소한 복장을 한 위병이, 단창을 가지고 날 불러세웠다.
"형씨, 못 보던 얼굴이네."
난 등에 멘 짐주머니에서 새 모양을 본뜬, 자그마한 피리를 꺼냈다.
"페툰 상점까지 장난감 피리를 납품하러 온 중개인입니다. "
"흐음."
위병은 피리를 손에 들고, 가볍게 푼다. 스표로로로로라는 김새는 소리가 났다.
"재밌죠?"
"재밌나……?"
내 미소에, 위병은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피리를 돌려줬다.
"지나가도 좋다."
"수고하십니다."
딱 마침 성문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괴물이다-!"
"살려줘-!"
행상인들이 짐을 부둥켜 들고 필사적인 얼굴을 하며 달려온다.
순식간에 주위는 시끄러워졌다. 위병이 행상인들을 둘러싼다.
"어떤 괴물이지!?"
그러자 그들은 새파래진 얼굴을 하며, 대답했다.
"개, 개! 개 얼굴을 한 녀석들입니다! 무기를 가지고 있었어요!"
"엄청난 수예요!"
"빨리! 빨리 해치워줘!"
위병들은 얼굴을 마주 보며 놀랐지만, 곧바로 행동을 개시한다.
"종을 울려라! 3번이다!"
"본부에 전령을! 다른 성문에도 전해라!"
"성문을 닫는다! 모두 안으로 들어가라!"
허둥대는 여행자들, 아이를 껴안고 도망가는 주민, 주위는 대혼란에 빠졌다.
한편, 위병들은 잘 훈련을 받아서,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다. 잘 통솔됐다. 사기도 높으며, 꽤나 우수하다.
난 인파에 섞여서 도시로 들어가고 매매품인 피리를 하나 꺼냈다. 들키지 않도록 피리를 있는 힘껏 분다.
소리는 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인랑에게는 들리고 있다. 이건 개 피리라서 그렇다.
작전을 다음 단계로 이행한다.
난 수상히 여기지지 않도록, 천천히 도시 중심부로 향했다. 그곳에는 태수의 저택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간 지나자 도시 안에도 소란이 일어났다.
"괴물이 있다!"
"개처럼 생긴 괴물이다-!"
미리 잠입한 인랑대가 변신해서 행동을 개시한 모양이다. 큰 소란이 나고 있다.
하지만 성가신 위병들은 성벽에서 움직일 수 없게 했다.
덤으로 정보가 혼란하고 있다. "도시 밖에 견인이 있다"란 정보와 "도시 안에 인랑이 있다"란 정보가 뒤죽박죽이됐다.
"개 괴물이다!"
"위병이 맞서 싸우고 있어, 괜찮아!"
"그, 그래."
아주 멋진 혼란의 극치다. 하지만 귀여운 견인과 사나운 인랑의 구별 정도는 해줬으면 한다. 우린 개가 아니야.
상황은 예정대로다. 걱정했던 말썽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슬슬 때가 됐기에 나도 변신하기로 했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몸 안에 간직한 충동을 해방한다.
"우오오오오오오!"
몇 번을 해도 변신은 상쾌하다. 힘이 넘쳐흘러서, 기분이 고양한다. 이 어린아이와 같이 두근두근 거린다.
하지만 물론, 주위 인간들에게 있어서는 두근거리는 정도가 아니다.
"히이이이!"
"꺄아아아아아악!"
"괴물이다-!"
당황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쓴웃음을 짓고 만다. 무엇보다 지금의 나는 늑대의 수인이라 위협하고 송곳니를 보인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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